여성긴급전화1366 전남센터에서는 지난 한 해 1만 1233건의 상담을 하였고, 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긴급피난처에서는 375명의 폭력피해 여성과 아동을 보호·지원했습니다. 또한 전라남도의 각 시·군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 재발우려가정을 대상으로 민·관·경 합동 모니터링’ 사업을 시범운영하면서 상담소가 있는 지역의 시·군은 지역상담소에서, 상담소가 없는 9개 군(장성·구례·곡성·보성·장흥·완도·진도·강진·신안)은 우리 센터에서 관리해 300여 차례 방문상담과 모니터링을 진행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가정폭력을 부부싸움이나 훈육 등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많습니다. ‘집안일’이기 때문에 남들은 관여하면 안 된다는 통념도 만연합니다. ‘여자가 맞을 짓을 했겠지’, ‘남편의 신경을 거스르게 했겠지’ 등의 2차 가해하는 말은 피해자의 마음을 더 다치게 합니다. 가정폭력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가장 광범위하게 피해자가 발생하는 폭력입니다.
피해자를 지원하면서 잊혀 지지 않는 내담자가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지속적인 폭력으로 집을 나와 갈 곳이 없던 4남매는 뿔뿔이 흩어지게 될 위기상황에서도 맏이인 큰언니는 ‘동생들과 헤어지지 않고 같이만 있게 해 달라’며 매달렸고 결국 큰언니는 동생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일상생활과 학교생활을 접어야 했습니다. 가정폭력이 낳은 우리 사회의 민낯이었습니다.
며느리와 함께 우리 센터를 찾은 어르신도 기억에 남습니다. 수십 년 동안 폭력을 당하고 살았지만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피해자에게 남편의 폭력은 더더욱 정당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의 꿈은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해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었기에 피해자의 욕구에 맞춰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 연계했습니다. 내담자는 보호시설에서 소정의 교육과정을 마친 후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을 하게 되면서 자신의 꿈이었던 경제활동을 통해 삶의 활력과 자신감을 회복했습니다. 어르신은 “집을 나온 후 몇 달 만에 다른 세상을 보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렇듯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많은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내 집에서 맘 편히 먹고, 자고, 일하는 것… 아주 평범한 일상을 원하지만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그마저 보장받을 수 없는 그래서, 최소한의 인권도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평등을 일상으로’라는 여성가족부의 구호에도 불구하고 여성과 아동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2018년 12월 제정돼 2019년 12월에 시행됐습니다. 가정폭력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부부싸움을 ‘칼로 물 베기’정도로 인식했으나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폭력으로 보기도 합니다. 심지어 신체적 구타가 아닌 정서적 괴롭힘도 폭력으로 생각합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 기존 여성폭력방지법 외 사각지대에 있던 데이트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폭력, 성희롱 등 사회 문화적 변화에 따른 폭력에까지 여성폭력 방지정책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제정됐습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생명까지 위협당하는 여성과 아동에게 최소한의 대안이라도 될 것을 기대합니다. 이 법이 단순하게 폭력피해 여성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근원적으로 여성폭력을 예방하고 나아가 연령, 인종, 장애 유무, 지위 등 어떤 형태로든 약자에 대한 폭력을 없애는데 토대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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